“좋으면 어디든 간다” 열정 관광 뜬다
#. 토런스에 사는 H씨는 지난 5월 축구경기를 보러 영국에 다녀왔다. 본인이 응원하는 영국의 축구팀 아스널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다. 아스널은 아쉽게도 우승을 놓쳐서 퍼레이드에 참여하고자 하는 꿈은 무산됐다. 하지만 후회는 전혀 없었다. 10년 이상 중계로만 보던 경기를 직접 관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가본 런던의 여러 관광지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팬들과 함께 경기를 본 것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 어바인에 사는 O씨는 지난해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에 참가하기 위해서 독일 뮌헨으로 향했다. 대부분 사람이 찾는 관광도시인 베를린이나 프랑크푸르트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고 뮌헨을 선택한 것은 순전히 맥주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맥주를 좋아해 남가주에서 열린 옥토버페스트 행사에도 참여했지만 성에 차지 않아 결국 독일로 가게 된 것이다. 옥토버페스트 시기에는 항공료부터 숙박까지 모든 것이 평소보다 훨씬 더 비쌌지만,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 맥주잔을 들고 건배를 하면 누구나 친구가 되는 시간이었다. 특별한 취미나 흥미를 기반으로 여행을 떠나는 ‘열정 관광(Passion Tourism)’이 최신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특별한 스포츠 이벤트, 특정 지역에서만 열리는 축제 등에 참석할 목적으로 여행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열정 관광 트렌드의 선봉장은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다. 지역 경제에 영향을 줄 정도로 흥행 파워를 가진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투어가 유럽에서 진행 중이다. ‘열정적인’ 스위프트의 국내 팬들은 유럽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예매하고 이를 보기 위해 기꺼이 비행기를 탄다. 에어비앤비가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스위프트의 콘서트가 열리는 유럽 도시들에 대한 미국인의 숙소 검색횟수가 전년 대비 평균 70%나 늘어났다. 투어 도시 중 하나인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숙소 검색 횟수는 50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에도 열정 관광을 온 팬들이 몰린 바 있다. 2021년 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의 공연에서 네 차례에 걸쳐 무려 21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BTS 팬이 LA로 몰렸고 공연장 주변의 숙소가격이 폭등하는 등 이에 따른 경제효과도 컸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BTS 공연 1회당 경제적 파급효과가 당시 10억 달러(1조2000억원)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여행업계도 이런 트렌드에 편승하고 있다. 최근 CNBC는 소규모 여행사들이 특별한 이벤트 참석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고객들에게 개인화된 여행 상품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열정 관광이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경제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영국 금융기관 바클레이스는 스위프트의 콘서트를 보러 영국에 온 미국인이 1인당 평균 1000달러 이상을 썼고 이를 통한 경제효과가 1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별한 이벤트가 열리는 지역은 열정 관광의 혜택을 제대로 받고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투어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고 파리에서 올림픽이 개최될 예정이라 열정 관광 트렌드는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메릴랜드에 사는 니키타 라오씨 가족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스위프트의 콘서트를 보려고 독립기념일 연휴에 유럽으로 향했다. 그는 “티켓만 구할 수 있다면 가는 게 당연하다. 콘서트 관람은 휴가 전체를 환상적으로 만들어준다”라고 말했다. 조원희 기자 [email protected]열정 관광 열정 관광 관광도시인 베를린 테일러 스위프트